1) 지열 정의와 특성
지열의 정의
지열(Geothermal energy)은 지구 내부, 즉 땅속 깊은 곳에 저장되어 있는 열 에너지를 말합니다. 지구 핵, 맨틀, 지각 등 지구 전체에서 발생하고 축적된 열이며, 지구 탄생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근본적인 에너지원입니다.
- 지구 내부 열의 기원: 지구 내부 열은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발생합니다.
- 원시 지열: 지구가 탄생할 때부터 축적된 열로, 지구 핵과 맨틀에서 방출됩니다.
- 방사성 붕괴열: 지구 내부 암석 속에 포함된 방사성 원소(우라늄, 토륨, 칼륨 등)가 붕괴하면서 발생하는 열입니다.
- 지열의 분포: 지구 내부 온도는 깊이가 깊어질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를 지온 증가율이라고 하며, 평균적으로 지하 30~50m 깊이까지는 깊이 100m당 약 2~3℃씩, 그 이후부터는 약 30℃/km 씩 증가합니다. 지각의 평균 온도 구배는 약 25~30℃/km입니다. 화산 지대나 온천 지역 등 지각이 얇은 지역에서는 지온 증가율이 더욱 높게 나타납니다.
지열의 특성
지열 에너지는 다른 신재생 에너지원과 구별되는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장점과 단점을 모두 포함합니다.
장점:
-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 지열은 지구 내부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에너지이므로, 고갈될 염려가 없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입니다. 태양광, 풍력 등 다른 신재생 에너지원처럼 날씨나 계절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능합니다.
- 친환경적인 에너지원: 지열 에너지는 화석 연료처럼 연소 과정을 거치지 않으므로, 대기 오염 물질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 배출이 거의 없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매우 적어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으로 평가받습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 다양한 활용 분야: 지열 에너지는 발전뿐만 아니라, 난방, 냉방, 온수 공급, 산업 공정열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주거, 상업, 산업 등 다양한 부문에서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 토지 이용 효율성: 지열 발전소는 태양광 발전소나 풍력 발전소에 비해 토지 면적을 적게 차지합니다. 지하의 열을 이용하므로, 지상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도심 지역이나 농경지 등 토지 이용 제약이 있는 지역에서 유리합니다.
- 기저 부하 발전 가능: 지열 발전은 24시간, 365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여, 전력 시스템의 기저 부하(Base load)를 담당할 수 있습니다. 다른 신재생 에너지원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전력 시스템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단점:
- 초기 투자 비용: 지열 발전소 건설에는 높은 초기 투자 비용이 소요됩니다. 지열 자원 탐사, 시추, 발전 설비 구축 등에 많은 비용이 필요하며, 특히 심부 지열 발전의 경우 기술적인 난이도와 위험성이 높아 투자 비용이 더욱 증가할 수 있습니다.
- 지역적인 제약: 지열 자원은 지리적인 분포가 제한적입니다. 화산 활동 지역, 온천 지역 등 지열 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서 주로 개발이 이루어지며, 일반적인 지역에서는 경제성 있는 지열 자원 확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 환경 문제 가능성:
- 지진 유발 가능성 (미소 지진): 심부 지열 발전의 경우, 고압의 물을 지하 깊숙이 주입하는 과정에서 지층에 균열을 발생시켜 미소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미미한 수준이며, 안전 관리 기술 개발을 통해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온천 고갈 및 지반 침하 가능성: 과도한 지열수 채취는 온천 고갈이나 지반 침하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지열 개발을 위해서는 적절한 양수량 관리 및 환원 시스템 구축이 중요합니다.
- 지열수 성분 문제: 지열수에는 다양한 광물질과 가스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며, 부식, 스케일, 환경 오염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지열수 성분에 대한 분석 및 적절한 처리 기술 적용이 필요합니다.
- 기술적인 난이도: 지열 자원 탐사, 시추, 발전 설비 건설, 운영 등 전반적인 과정에 높은 기술력이 요구됩니다. 특히 심부 지열 발전은 고온, 고압 환경에서 작동해야 하므로, 기술적인 어려움이 더욱 큽니다.
2) 지열을 이용하는 시스템 구성과 경제성
지열 에너지를 이용하는 시스템은 크게 지열 냉난방 시스템과 지열 발전 시스템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지열 냉난방 시스템 (Geothermal Heat Pump, GHP)
지열 냉난방 시스템은 지하 10~200m 깊이의 땅속 온도가 연중 10~20℃ 정도로 일정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건물 냉난방에 활용하는 시스템입니다. 여름에는 땅속의 시원한 온도를 이용하여 냉방을, 겨울에는 따뜻한 온도를 이용하여 난방을 제공합니다.
- 시스템 구성:
- 지열 히트펌프 (GHP): 지하의 열 에너지를 건물 냉난방에 적합한 온도 레벨로 변환하는 핵심 설비입니다. 압축기, 응축기, 증발기, 팽창 밸브 등의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냉매 순환 과정을 통해 열에너지를 전달합니다.
- 지중 열교환기: 지하의 지열과 냉매 사이에서 열교환이 이루어지는 장치입니다. 수직형, 수평형, 지하수형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지질 특성, 설치 공간, 경제성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형태를 선택합니다.
- 수직형 지열 열교환기: 좁은 면적에 설치 가능하며, 열효율이 비교적 높습니다. 깊은 심도까지 시추하여 열교환기를 설치합니다.
- 수평형 지열 열교환기: 넓은 면적이 필요하지만, 시공 비용이 저렴합니다. 얕은 깊이에 트렌치 형태로 열교환기를 매설합니다.
- 지하수형 지열 열교환기: 지하수를 직접 열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열효율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지하수 확보 가능성, 수질 문제, 환경 규제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 순환 펌프: 지중 열교환기와 히트펌프 사이, 히트펌프와 건물 냉난방 시스템 사이에서 냉매 또는 물을 순환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 건물 냉난방 시스템: 팬코일 유닛, 라디에이터, 바닥 난방 시스템 등 기존 건물 냉난방 시스템과 연동하여 사용합니다.
- 경제성:
- 초기 투자 비용: 지열 히트펌프 설치 비용, 지중 열교환기 설치 비용, 시추 비용 등으로 인해 초기 투자 비용이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특히 수직형 지열 열교환기의 경우 시추 비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 운전 비용 절감: 지열 에너지는 무료로 이용 가능하므로, 냉난방 운전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습니다. 전기 요금, 가스 요금 등 에너지 비용 상승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정부 지원 정책: 많은 국가에서 지열 냉난방 시스템 설치 보조금, 세금 감면 등 다양한 정부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을 활용하면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을 줄이고 경제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장기적인 경제성: 초기 투자 비용은 높지만, 운전 비용 절감 효과가 크고 시스템 수명이 길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성이 우수합니다. 에너지 가격 변동에 대한 안정성이 높고, 건물 가치 상승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 건물 유형별 경제성: 주택, 상업 건물, 공공 건물 등 다양한 건물 유형에 적용 가능하며, 특히 냉난방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건물에서 경제성이 더욱 높게 나타납니다. 호텔, 병원, 학교, 사무실 건물 등에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습니다.
(2) 지열 발전 시스템 (Geothermal Power Plant)
지열 발전 시스템은 지하 깊은 곳의 고온 지열수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입니다. 지열 자원의 온도에 따라 다양한 발전 방식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 발전 방식:
- 건증기 발전 (Dry Steam Power Plant): 지하에서 증기 형태로 존재하는 지열 자원을 직접 터빈으로 보내 발전을 하는 방식입니다. 지열 자원 온도가 매우 높고, 증기 생산량이 풍부한 지역에서 적용 가능하며, 발전 효율이 가장 높습니다.
- 플래시 증기 발전 (Flash Steam Power Plant): 지하에서 뜨거운 물(지열수) 형태로 채취한 지열수를 감압하여 증기를 발생시키고, 이 증기로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방식입니다. 건증기 발전보다 낮은 온도 (150℃ 이상)의 지열 자원 활용이 가능하며,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 2원 유체 발전 (Binary Cycle Power Plant): 지열수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100~150℃) 경우, 끓는점이 낮은 작동 유체(냉매 등)를 이용하여 증기를 발생시키고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방식입니다. 낮은 온도 지열 자원 활용도를 높일 수 있으며, 최근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심부 지열 발전 (Enhanced Geothermal System, EGS): 지열 자원이 부족하거나, 투수율이 낮은 지역에서 인공적으로 지하에 열 교환 시스템을 구축하여 발전을 하는 방식입니다. 고온의 암반층에 인공적으로 균열을 만들고, 물을 주입하여 증기를 생산합니다. 기술적인 난이도가 높지만, 지열 발전 가능 지역을 확대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큽니다.
- 시스템 구성:
- 생산정 (Production Well): 지하의 지열수 또는 증기를 지상으로 퍼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 주입정 (Injection Well): 발전 후 식은 지열수를 지하로 다시 주입하는 역할을 합니다. 지열 자원 고갈 방지 및 지반 침하 방지 효과가 있습니다.
- 발전 설비: 터빈, 발전기, 응축기, 펌프, 열교환기 등 전기를 생산하는 핵심 설비들로 구성됩니다.
- 냉각 설비: 응축기에서 증기를 냉각시켜 물로 다시 응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냉각탑, 냉각수 펌프 등으로 구성됩니다.
- 지열수 처리 설비: 지열수 내 불순물 제거, 스케일 방지, 부식 방지 등을 위한 설비입니다. 지열수 성분에 따라 다양한 처리 기술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 경제성:
- 초기 투자 비용: 지열 발전소 건설 비용은 발전 방식, 발전 용량, 지열 자원 심도, 지역 특성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화력 발전소나 원자력 발전소에 비해 초기 투자 비용이 높은 편입니다. 특히 심부 지열 발전의 경우 기술적인 위험성과 시추 비용으로 인해 초기 투자 비용이 매우 높습니다.
- 운전 비용: 지열 발전은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아 운전 비용이 매우 저렴합니다. 주요 운전 비용은 설비 유지보수 비용, 인건비, 지열 자원 관리 비용 등입니다. 에너지 가격 변동에 덜 민감하고, 장기간 안정적인 운전이 가능합니다.
- 발전 단가: 지열 발전의 발전 단가는 지열 자원의 품질, 발전 방식, 설비 규모 등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 기술 개발 및 설비 효율 향상으로 발전 단가가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화석 연료 가격 상승 및 탄소 배출 규제 강화 추세에 따라 지열 발전의 경제성은 더욱 향상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 정부 지원 정책: 많은 국가에서 지열 발전 보급 확대를 위해 발전 차액 지원 제도(FIT), 투자 세액 공제 등 다양한 정부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을 활용하면 지열 발전 사업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지역 경제 활성화: 지열 발전소 건설 및 운영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지역 주민 고용 창출, 세수 증대, 관광 자원 개발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온천 지역 등 관광 자원과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결론
지열 에너지는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으로서, 냉난방 및 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기 투자 비용과 지역적인 제약 등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지만, 기술 개발과 정부 지원 정책 확대를 통해 경제성을 높이고 보급을 확대해 나간다면 미래 에너지 시스템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열 에너지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투자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