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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강은 크롬(Chromium)을 10.5% 이상 함유하여 일반 강철에 비해 뛰어난 내식성을 가지는 합금강입니다. 크롬이 산소와 반응하여 얇고 치밀한 부동태 피막(Passive Layer)을 형성하여 내부의 철이 부식되는 것을 보호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스테인리스강은 건물의 급수, 급탕, 난방, 소방, 위생 배관 및 각종 열 교환기, 장비 외함 등 다양한 기계설비 분야에서 널리 사용됩니다.
하지만 스테인리스강 역시 모든 환경에서 영구적으로 부식되지 않는 것은 아니며, 특정 조건에서는 부동태 피막이 손상되어 다양한 형태의 부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건물의 기계설비에서 주로 나타나는 스테인리스강의 부식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주요 부식 형태
- 공식(Pitting Corrosion):
- 특징: 스테인리스강 표면에 작은 점 형태의 구멍(Pit)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국부 부식입니다. 표면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내부로 깊숙이 진행될 수 있어 위험합니다.
- 발생 원인: 주로 염소 이온()의 존재 하에 부동태 피막이 국부적으로 파괴되면서 발생합니다. 물 속에 염소 이온 농도가 높을수록, 온도가 높을수록 공식 발생 위험이 커집니다. 표면의 오염물(먼지, 녹, 스케일 등) 아래에서도 발생하기 쉽습니다.
- 기계설비 관련: 급수/급탕 배관, 소방 배관 등 물이 흐르는 배관 내부나 저장 탱크에서 염소 소독된 물이나 해수 영향이 있는 지역의 물을 사용할 때 흔히 발생합니다.
- 틈새 부식(Crevice Corrosion):
- 특징: 플랜지 연결부의 틈새, 개스킷 아래, 볼트/너트 접합부, 침전물이나 스케일이 쌓인 곳 등 좁은 틈새에서 발생하는 국부 부식입니다.
- 발생 원인: 틈새 내부에서는 외부 환경과의 산소 교환이 원활하지 않아 부동태 피막 재생이 어렵고, 틈새 내부로 들어온 염소 이온 등 부식성 물질의 농도가 외부보다 높아져 국부적인 전기화학적 부식이 가속화됩니다.
- 기계설비 관련: 배관 이음쇠, 밸브 연결부, 장비와 배관의 접합부, 보온재와 닿는 배관 표면 등에 침전물이 끼거나 제대로 밀봉되지 않은 틈새에서 발생하기 쉽습니다.
- 응력 부식 균열(Stress Corrosion Cracking, SCC):
- 특징: 인장 응력, 특정 부식 환경(주로 염소 이온 존재), 그리고 민감한 재질(오스테나이트계 스테인리스강, 특히 고온 환경)의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만족될 때 발생하는 균열 형태의 부식입니다. 취성 파괴와 유사하게 갑자기 발생하여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 발생 원인: 재료 자체에 가해진 인장 응력(가공, 용접 잔류 응력 또는 외부 하중)과 부식 환경의 상호 작용으로 결정립계를 따라 또는 결정립을 관통하여 균열이 전파됩니다. 특히 고온의 염소 함유 환경에서 취약합니다.
- 기계설비 관련: 고온의 급탕 배관, 스팀 배관 주변, 열 교환기 튜브, 잘못된 용접이나 과도한 응력이 가해진 배관 등에 염소 성분이 있는 보온재나 외부 오염물이 접촉할 때 발생 위험이 높아집니다.
- 입계 부식(Intergranular Corrosion):
- 특징: 스테인리스강의 결정립계(Grain Boundary)를 따라 발생하는 부식입니다. 심한 경우 결정립 자체가 탈락하여 강도가 저하될 수 있습니다.
- 발생 원인: 스테인리스강을 450~850℃의 온도 범위로 가열할 때(용접 시 열 영향부 등), 크롬 원자가 결정립계로 이동하여 탄소와 결합하여 크롬 탄화물()을 형성하면서 결정립계 주변의 크롬 농도가 낮아져 부동태 피막이 불안정해지고 부식에 취약해지는 현상(민감화, Sensitization) 때문에 발생합니다.
- 기계설비 관련: 용접부의 열 영향부에서 주로 발생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저탄소 스테인리스강(예: 304L, 316L)을 사용하거나 안정화 처리된 강종을 사용합니다.
- 갈바닉 부식(Galvanic Corrosion):
- 특징: 전기적으로 서로 다른 두 금속이 전해질(물 등) 내에서 접촉할 때, 이온화 경향이 큰(덜 귀한) 금속이 희생적으로 부식되는 현상입니다. 스테인리스강 자체는 비교적 귀한 금속입니다.
- 발생 원인: 스테인리스강과 탄소강, 알루미늄, 동 합금 등 이온화 경향이 큰 금속이 배관이나 지지대, 밸브 등에서 직접 접촉하고 물이 존재하는 경우, 상대 금속이 빠르게 부식됩니다. 스테인리스강 자체는 잘 부식되지 않지만, 다른 금속의 부식을 촉진시킵니다.
- 기계설비 관련: 이종 금속 배관 연결, 지지 철물, 밸브 등에 스테인리스강과 다른 금속이 접촉하는 부위에서 발생합니다.
- 미생물 부식(Microbiologically Influenced Corrosion, MIC):
- 특징: 특정 미생물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거나 촉진되는 부식입니다. 미생물이 표면에 부착하여 슬라임을 형성하거나, 대사 산물로 부식성 물질(황산 등)을 생성하거나, 국부적인 환경 변화(산소 농도 차이 등)를 유발하여 부식을 일으킵니다.
- 발생 원인: 물이 정체되거나 유속이 낮은 구간, 침전물이 쌓인 곳 등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에서 발생합니다.
- 기계설비 관련: 물 탱크 내부, 배관의 정체 구간, 냉각탑 순환수 배관 등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부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
- 환경적 요인:
- 염소 이온 농도: 공식, 틈새 부식, SCC의 가장 큰 촉진 요인입니다.
- 온도: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을수록 부식 속도가 빨라지며, SCC 발생 위험이 증가합니다.
- pH: 중성 범위에서 가장 안정적이며, 낮은 pH(산성) 또는 높은 pH(알칼리성)는 부동태 피막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 용존 산소량: 부동태 피막 형성에 필요하지만, 틈새처럼 산소 공급이 제한적인 곳에서는 부식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 물(유체)의 종류 및 특성: 순수한 물보다 불순물(염소, 황산염 등)이 많은 물에서 부식 위험이 높습니다.
- 유속 및 정체: 너무 낮은 유속은 침전물 및 미생물 번식을 유발하고, 너무 높은 유속은 침식-부식(Erosion-Corrosion)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재료 및 시공 요인:
- 스테인리스강의 종류(Grade): 몰리브덴(Mo) 함량이 높은 강종(316L 등)이 염소 환경에서의 공식 및 틈새 부식 저항성이 우수합니다. 저탄소 강종(L Grade)은 입계 부식 저항성이 높습니다.
- 표면 상태: 매끄럽고 깨끗한 표면이 부식 저항성이 높습니다. 용접 스케일, 철분 오염, 연마 불량 등은 부식 취약점을 만듭니다.
- 용접 및 열처리: 부적절한 용접 방법이나 열처리는 민감화를 일으켜 입계 부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응력 상태: 잔류 응력이나 외부 응력은 SCC 발생 위험을 높입니다.
건물 기계설비에 스테인리스강을 적용할 때는 사용 환경(물의 수질, 온도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스테인리스강 강종을 선정하며, 올바른 설계 및 시공(용접 방법, 지지/고정, 틈새 방지 등)을 수행하고, 적절한 운영 및 유지 관리(수질 관리, 주기적인 점검 등)를 통해 스테인리스강의 뛰어난 내식성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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